나는 전주에서 실비아를 찾아 헤맸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그녀를 찾아,,,

by 파란
[시읽기/시일기] 물과 불2
[시읽기/시일기] 물과 불2

때로는 목동의 짐승들이 나가는 새벽을 기다리는
광채 없는 불, 또 다른 별
이 우물 속으로 두레박 내려갈 때
너는 내벽에 부딪치는 쇠사슬 소리 듣는다.

 - 이브 본푸아 <우물> 부분

우물은 깊고 어두컴컴해 보이지 않으며 바닥을 모른다. 유형진 역시 '雲井' 연작을 통해 '우물'의 속성을 간파한 바 있다. 유형진에게 '우물'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서리처럼 뾰족하고, 공중에서 깨지고, 흩어지고, 흩어져서 날리고, 날려 사라지는. 급기야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 없는"(유형진 <雲井6>) 곳이다. 흐트러지는 '구름우물'(雲井)을 보라. 유형진에게 '우물'은 수직이 아니다. 유형진의 언어 안에서 모든 물은 수평으로 흐른다. 흐르면서 물주름을 일으키고 스스로 변이에 이른다. '물주름'은 단순한 합성어가 아니다. 그것은 물의 동사적 몸짓이고 자체로 생성이며 시적 은유이다. 이를테면 시적 분화. 그것은 사건이다. 반복의 몸짓이지만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 그것이 주름이다. 유형진의 언어 파동은 퍼지면서 오무라들고 오무라들면서 퍼진다. 유형진이 파동을 일으키는 물주름에 귀를 기울일 때 이브 본푸아는 우물 내벽에 부딪치는 쇠사슬 소리를 듣는다. 본푸아는 말한다. "그러나 우물 바닥에는 늘 물이 고여 있고".(<우물>) 바닥에 고여 있는 물, 하지만 너무 깊어 볼 수 없고 시인은 다만 듣는다. 우물 내벽에 부딪치는 쇠사슬 소리를 듣는다. 물주름이 퍼지고 우물 내벽에 소리가 메아리친다. 유형진이 옆을 볼 때 이브 본푸아는 아래를 듣는다.

옆. '옆'은 내게 익숙하다. 그것은 문태준의 언어다. 문태준이 "물 속에 돌을 내려놓았다/ 동쪽도 서쪽도 생겨난다/ 돌을 하나 더 내려놓았다/ 옆이 생겨난다/ 옆에 아직은 없는 옆이 생겨난다"(<징검돌을 놓으며>)고 말할 때 '옆'은 수평이었다. 하지만 문태준의 수평은 평평한 수평이고 나란한 수평이었다. 유형진이 울퉁불퉁한 수평을 은유로 실어 나를 때 문태준의 수평은 말그대로 축자적 행위에 가깝다. 이를테면 그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셈. 문태준의 맨발이 돌을 적신다. "물 속에 돌을 내려놓았다". 문태준의 옆 역시 시적 분화이고 '돌'을 매게 삼아 시적 장소의 새로운 탄생을 알렸다. 유형진의 수평은 전혀 다른 수평이다. 유형진도 물속을 응시하지만 축자적 의미를 넘어 아날로지에 물을 담아낸다. 형질 변환. 장소의 되기. 주름들. 다른 수평.

본푸아의 물은 문태준과도 다르고 유형진과도 다른데 한 시인이 옆을 응시하면서 곁을 만들어내고(문태준) 다른 한 시인이 파동하는 '물주름'에 몸을 싣고 오물딱 오물딱 항해에 나설 때(유형진) 이브 본푸아는 우물을 갱도 삼아 깊이 파내려간다. "그러나 우물 바닥에는 늘 물이 고여 있고/ 별은 늘 그곳에 봉인되어 있다."(이브 본푸아 <우물>)

by 파란 | 2018/08/03 00:20 | 파란의 포에지(poesie:詩) | 트랙백 | 덧글(0)
[시읽기/시일기]물과 불1
[시읽기/시일기] 물과 별1

"물속에 나타난 검은 점/ 점은 점점, 점점 커져가고/ 점은 물고기가 되고/ 산호가 되고 불가사리가 되고/ 불가사리, 영어로는 별물고기/ 별물고기에게 불가사리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지어준 사람은 누구일까요"(유형진 <피터 판과 친구들-에피소드 10>) 물론 그는 시인이다. "별물고기에게 불가사리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지어준 사람"은 시인이다. 시인의 언어모음집 안에서 "물속에 나타난 검은 점"은 '물고기'였다가 "불가사리'였다가 '별물고기'가 된다. 유형진의 상상세계 안에서 그 넷은 하나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시인은 <雲井5>에서 '러시아 인형'의 눈을 보면서 "반짝거리는 모래시계의 모래알"을 떠올리고 '별'을 불러내기에 이른다. 동어반복. 유형진의 상상세계 안에서 그 셋은 역시 하나다. 넷은 하나였다가 셋이였다가 다시 하나가 된다. 시적 분화. 은유들. 유형진에게 '별'이 시적 은유라면 이브 본푸아에게 '별'은 시적 암시다. 유형진이 '물속'에서 '별'을 볼 때 본푸아는 '우물' 속에서 별을 본다. 두레박을 타고 우물 속으로 내려가는 본푸아를 보라.

때로는 목동의 짐승들이 나가는 새벽을 기다리는
광채 없는 불, 또 다른 별
이 우물 속으로 두레박 내려갈 때
너는 내벽에 부딪치는 쇠사슬 소리 듣는다.

 - 이브 본푸아 <우물> 부분
by 파란 | 2018/08/02 18:56 | 파란의 포에지(poesie:詩) | 트랙백 | 덧글(0)
[시읽기/시일기, 18/6/3] 체온
[시읽기/시일기, 18/6/3] 체온

1
"떠도는 물살이 떠는 물살에게 불어주는 한밤의 입김"(<체온>)이란 뭘까.1) 삼심년 전 일을 떠올리며 시인은 또 이렇게도 말한다."웃어나 줄 걸 따듯하게 손이나 잡아줄 걸/ 그까짓 여자 남자가 뭐라고 죽고 나면/ 썩어문드러질 몸땡이 그까짓 게 다 뭐라고"(<벽 너머 남자>) "이것이 다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렇게 누워 있"고, 아마도 그 때문이겠지, "냉갈 든 방이 살아나고 있"구나. 죽음이 가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연인들의 한숨어린 고백이 눈물겹다. "사랑아, 우린 껴안은 채 이별할 수 있겠구나"

2
인용한 두 편의 시는 2부 맨 앞에 배치되어 있고 삼십년 전 일을 떠올리며 쓴 시(<벽 너머 남자>)에 화답하듯 <체온>을 이어 썼다. 두 편을 연달아 읽고나니 시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우리 후회하지 말고 맘껏 서로가 서로를 향해 살을 내줄 일이다. 이것은 시인의 정언 명령!

1) "떠도는 물살이 떠는 물살에게 불어주는 한밤의 입김", 시인의 말마따나 물론 그것은 '체온'이다. 시를 읽자 몸이 뜨끈해진다. 더군다나 '물살'이라니. 내 몸의 살이 네 몸의 살에게로 건너가는 일이 기적 같다.





by 파란 | 2018/02/23 06:37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0)
[아이의 얼굴620] 졸업식 풍경14
 
[아이의 얼굴620] 졸업식 풍경14

1
"마주 않은 네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동안 너와 나의 등 뒤로 세상도 잠시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내가 살던 집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꽃들이 피었다 졌다 한다. 그렇게 계절이 몇 번을 왔다 가는 동안 시소를 탄다. 이 세계는 내릴 수 없는 세계. 그러는 동안 저녁이 오고, 밤이 오고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자란다."(이승희 <시소의 세계에서 우리는> 인용)

2
내가 앉으면 네가 붕 떠오른다. 그것이 시소의 원리다. 네가 앉을 차례다. 내 몸이 허공에 들린다. "균형은 움직일 때만 존재하는 질서", 그래 그것은 시인의 말이야. 우리는 스스로 공평하다. 네 품에 안긴 꽃다발에 목화가 폈다. <도깨비>를 너무 많이 본 탓이겠지. 그래도 괜찮다. 연곡해변이든가, 안목해변이든가, 지난 봄 나는 아빠와 그곳을 찾았더랬다. 햐안 물보라가 부서지는데 연인들이 수줍게 서있더라. 하얀 물보라를 닮은 목화가 플래시 소리에 팡팡 터지고 바다갈매기가 먼 바다를 향해 나는데 목화의 운명을 나는 희미하게 예감했더랜다. 너를 지나치겠다. 내 등 뒤에서 너는 수평을 맞춰 행진해야 하리라. 그래, 말해보자. "어디서나 시소의 세계는 시작된다. 어제의 시소는 녹슬고 오늘의 시소는 이미 낡았다. 꽃 피는 집들은 이제 없다." 졸업은 뭘까. 그것은 끝일까, 다른 시작일까. 어제는 끝일까 시작일까. 오늘은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 마주 선 네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동안 너와 나의 등 뒤로 세상도 잠시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이별의 시간, 하지만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아니 그 둘은 진실이 아니야. 진실은 너와 나의 등 사이에 있지. 아슬하게, 균형이, 그곳에, 그래 우선 우리 한 발 앞으로 내딛자. 

by 파란 | 2018/02/23 06:18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1)
[아이의 얼굴619] 졸업식 풍경13

 
[아이의 얼굴619] 졸업식 풍경13

“(...)
그래도 여기 좀 있을게
그냥 조금만 더

노래가 끝나면
바다 너머로 기린을 보러 갈 거야
(...)”1)

2
노래가 물처럼 흐른다. 너는 펭귄, 나는 돌고래, 우리 같이 기린 보러 가자. 시간은 누구 편일까, “여기 좀 있을게 그냥 조금만 더”, 시간은 째각째각, 난 하마를 볼거야, 하마라니, 기린 대신 하마, 그래 하마를 보러 가자, “노래가 끝나면” 점수가 나올까, 백점 먹고 하마 보러 가자. 노래는 돌림노래, 펭귄들아 돌고래들아 쉬지 말고 노래를 부르렴, 시간은 아직 우리 안에, 물처럼 시간은 흐르겠지, 나는 펭귄 너는 돌고래, 우리 같이 노래 부르자.

1)이승희, ‘시인의 말’,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2017, 문예중앙
by 파란 | 2018/02/15 07:25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0)
[아이의 얼굴618] 졸업식 풍경12
[아이의 얼굴618] 졸업식 풍경12

1
"트랙을 버리고 어디론가 사람들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너와 나의 셔틀콕은 계속된다."(이승희 <한밤의 셔틀콕> 인용)

2
셔틀콕은 깃털 달린 공인데 그것은 코르크에 열여섯장의 깃털을 심은 것인데 너와 내가 던진 횟수만큼 깃털이 줄고 이내 마지막 깃털이 빠져나갈 텐데 트랙을 떠난 사람들은 무얼 하나, "잠시 세계는 보였다가 사라지고, 이 세계를 벗어난 셔틀콕을 바라볼 뿐, 그게 우리들의 세계", 깃털 없이 코르크가 난다, "코르크 밤의 허공을 향해 헛손질하는 마음", 친구들아 우리 삼년 동안 즐거웠었지, “셔틀이 없는 우리들의 세계"가 다시 시작될 거야.
by 파란 | 2018/02/15 07:25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1)
[아이의 얼굴617] 졸업식 풍경11
 
[아이의 얼굴617] 졸업식 풍경11 

김현 시인은 귓속말을 일러 "귀에 대고 말을 하면/ 말은 귀에 담긴다// 내 입술이 네 귀와 가까워지는 말"(<귓속말>)이라고, 그에 따른다면 귀는 말의 저장고다. 그는 또 이런 말도 남긴다. "귀 가까이에 입을 대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소곤거린다.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흰 목소리로 자꾸 이야기한다."(앞의 시)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휜 목소리로 자꾸 이야기 하기. 귓속말의 세부다. 귓목말은 중언이고 부언인데 그 안에 담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소곤거릴 뿐, 귀 가까이에 바람처럼 스치는 방식으로 그렇게 존재한다. "바람은 가만가만. 움직임 따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한결같이 수선스럽지 않은 모양으로. 바람은 조용조용." 시인은 다시 묻는다. "말은/ 귀의 어디쯤 담겨 있을까" "담기지 않는 말은/ 어디까지 흘러갈까"라고도 묻고 "흘러가는 말은/ 들어오는 말일까 나가는 말일까"라고도 묻는다. "귀의 저 깊은 곳/ 말이 가닿는 태초는 어떤 곳일까" 김현은 최종적으로 선포한다. '귓속말'은 "거기까지 가고/ 거기에서 멈추고/ 거기로만 간다" 거기는 미지의 영역이겠지. '거기'는 듣는 이에게 가까운 곳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이다. 가까이. 내가 네게 "귀에 대고 말을 하면 말은 귀에 담긴다" 하지만 "시작된 곳에서/ 한잎 흰 숨이 되는 말". 귓속말의 생래가 이와 같다. 아무 뜻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는 말, 바람처럼 한숨처럼 농담처럼 오고가는 말, 아이에게서 아이에게로 말이 떠다닌다. 



by 파란 | 2018/02/15 07:24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0)
[아이의 얼굴609] 졸업식 풍경8
 
[아이의 얼굴609] 졸업식 풍경8

졸업식 전날 아이와 함께 심야꽃집투어를 했다. (아이는 졸업 한달전 내게 구체적으로 꽃다발을 주문한 바 있다) 우리의 가시권 내에 있는 꽃집들에 주파수를 맞추고 레이더를 돌렸다. 산본, 금정, 범계, 평촌을 돌던 레이더가 돌연 상록수역에 가 멈춘다. 주주플라워는 상록수역 한국통신사거리에 있다. 꽃을 고른 후(생화 한 다발, 드라이플라워 한 다발) 꽃가게 주인과 가격 흥정을 벌였다. 아이는 창피해하지 않았다. 우리는 미션을 완수했고 기쁜 나머지 콧노래를 부르며 졸업식 꽃다발을 품에 안은 채 당고개행 전동차에 올랐다. 그렇게 졸업식 전야를 보냈다.

아이가 밤하늘 아래 노래를 부른다.

by 파란 | 2018/02/13 13:27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0)
[아이의 얼굴610] 졸업식 풍경9
 
[아이의 얼굴610] 졸업식 풍경9 

1
"불시착한 생각들이 공원에 앉아 있다. 가만히 울고 있다. 투명한 새들이 나무에 앉아 있다. 숲의 기억을 쥐고도 펼 수가 없다. 언제인지도 모른 채 돌아서 가버린 것들이 있다. 그런 일들이 날마다 쌓여간다. 어떤 꽃이 피든 그것은 그것대로의 생. 내게 그런 것 묻지 말길. 앞사귀를 통과한 11시의 햇살이 그림자를 빗나간다. 그림자가 비로소 놓여나 걷기 시작한다. 물가를 걷듯 천천히 움직인다. 나무 의자들이 떠다닌다. 잠시 앉았던 사람들이 치우고 가지 않은 불안의 힘. 아직도 남은 휘파람에는 아무것도 묻지 말아야 해. 부드러움이 만드는 이런 완강함의 질서. 아무도 앉지 않아도 시소는 항상 한쪽 바닥에 닿아 있지. 투명해지지 않고는 떠날 수 없는 세계. 새들이 그렇지. 새들의 실핏줄 속으로 차오르는 깜깜한 어둠에 대하여 공원은 모른 체하지. 깜박이는 눈처럼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 후 그 기억만으로 살아야 하지, 공원은 그렇지."
- 이승희 <공원>

2
"불시착한 생각들이 공원에 앉아 있다. 가만히 울고 있다. 투명한 새들이 나무에 앉아 있다. 숲의 기억을 쥐고도 펼 수가 없다. 언제인지도 모른 채 돌아서 가버린 것들이 있다. 그런 일들이 날마다 쌓여간다. 어떤 꽃이 피든 그것은 그것대로의 생. 내게 그런 것 묻지 말길."(이승희 <공원> 인용) 음영처럼 그림자처럼 아이들의 미소가 번진다. 미소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온다. 번진다. 아이들은 웃으며 잊고 이내 사라진다. 준희의 손가락이 얼굴을 폭, 가리고 너는 말이 없다. 윤서는 달걀처럼 매끈해지고 해민은 풍선처럼 떠 있다. 미소들. "언제인지도 모른 채 돌아서 가버린 것들." 은결은 미소를 음미하고 온 몸으로 사진을 채운다. 그것은 너무 강력해 찻잔 속 태풍처럼 보인다. 고요의 순간이 지나가고 너는 말이 없다. "잎사귀를 통과한 11시의 햇살이 그림자를 빗나간다. 그림자가 비로소 놓여나 걷기 시작한다. 물가를 걷듯 천천히 움직인다. 나무 의자들이 떠다닌다." 윤서는 어디로 간걸까. 보이지 않는 너의 미소가 나무처럼 흔들린다. 묻지 말 것! 네가 깜박인다. 점과 멸 사이에 기호들이 있다. 웃음의 형식은 부드럽고 "아직도 남은 휘파람에는 아무것도 묻지 말아야 해." 그렇게. 시간은 미소로 남고 기억은 완고하다. "부드러움이 만드는 이런 완강함의 질서"를 따라야 한다. 기억은 덧댄 시간들의 총합이기에 잊고 잊으며 다시 잊는 기억을 되돌릴 수 없기에, 순간에 실린 미소가 너희를 구원할거야. "깜박이는 눈처럼 잠시 보였다가 사라진 후 그 기억만으로 살아야 하지." 

미소만 남기고 떠난 여덟 아이들은 어디로 간걸까요.
by 파란 | 2018/02/13 13:27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0)
[아이의 얼굴608] 졸업식 풍경7
[아이의 얼굴608] 졸업식 풍경7

졸업 오일 째, 오늘은 아이가 진학할 고등학교 예비소집일이다. 주희, 해민, 은애, 혜원, 은결 이렇게 다섯명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그 사실이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까. 잘 모르겠다. 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해맑고 근심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세계는 평평하고 고르고 일매져서 모난 돌이 끼어들 틈이 없다. 아이가 손짓한다. 화면 밖은 암전인데 아이가 손짓한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아이의 친구가 있다. Y는 안양상고행 티켓을 끊었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래서, 아이는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여야 했다. Y는 친구들과 일상을 더 이상 공유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사진 속 시간은 아이들의 편이다. 사진 안에서 아이들은 비로소 안도한다. 





by 파란 | 2018/02/13 13:27 | 아이의 얼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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